건곤일척(乾坤一擲)
하늘과 땅을 한 번에 내던진다는 뜻으로, 운명을 걸고 승부를 겨루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이 고사 성어는 한유가 홍구를 지나가다 한왕(漢王) 유방(劉邦)에게 '건곤일척'을 촉구한 장량과 진평을 기리며 읊은 회고시 [과홍구(過鴻溝)]에 나오는 마지막 구절이다.
용은 지치고 범은 피곤하여 강을 나누니
만천하 백성들의 목숨이 보존되는도다.
누가 군왕에게 말머리를 돌리도록 권하여
진정 '건곤일척'의 성패를 겨루게 했는가.
역전(歷戰) 3년 만에 진(秦)나라를 멸하고 초패왕이 된 항우는 팽성을 도읍으로 정하고 의제를 초나라의 황제로 삼았다. 그리고 유방을 비롯해서 진나라를 멸하는 데 기여간 유공자들을 왕후로 봉함에 따라 천하는 일단 진정되었다.
그러나 이듬해, 의제가 시해되고 논공 행상에 불만을 품어 온 제후들이 각지에서 반기를 들자 천하는 다시 혼란에 빠졌다.
이에 항우가 전영, 진여, 팽월 등의 반군을 치는 사이에, 유방은 관중을 합병하고 팽성을 공략했다. 그러나 급보를 받고 달려온 항우가 반격하자 유방은 아버지와 아내를 일진일퇴의 공방전을 계속하다가 홍구를 경계로 천하를 양분하고 싸움을 멈췄다. 이에 유방이 철군하려 하자 참모인 장량과 진평이 유방에게 진언했다.
"한나라는 천하의 태반을 차지하고 제후들도 따르고 있으나, 초나라는 군사들이 몹시 지쳐 있고 군량마저 바닥이 났사옵니다. 이 때야말로 하늘이 초나라를 멸하려는 것이오니 당장 쳐부수어야 합니다. 지금 치지 않으면 '호랑이를 길러 후환을 남기는꼴[양호유환(養虎遺患)]'이 될 것이옵니다."
이에 유방은 말머리를 돌려 항우를 추격하여 해하에서 승리하였다.